사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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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 아니다. (친구가 표지를 보더니 공포진이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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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고 오래 앉으면 허벅지와 종아리가 맞닿는 부분에 발간 자국이 남는다. (친구가 오래 걸어서 붉어진거냐, 옷자국 난 거냐, 회초리를 맞은 거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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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zine)은 책등이 없는 소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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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사이즈의 종이를 사서 3분의 1정도를 잘라내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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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는 양산에 위치한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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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근처에는 인디무드라는 작은 독립책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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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사장님께 질문 하나를 던지면 열 마디의 말이 오고 간다. 사장님은 더 이야기를 나누자며 아끼는 황차를 내어주셨고, 두 시간을 넘긴 대화 끝에 사장님의 퇴근시간이 되었다. 마침 사장님 댁과 내가 머물렀던 숙소가 같은 읍에 있어 숙소 근처까지 차를 태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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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금읍이었다. 사장님 댁과 내가 머물렀던 숙소가 있던 지역, 그리고 사장님이 양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자 내가 한 눈에 반한 양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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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금(勿禁)은 말 물에 금할 금을 쓴다고 한다. 금지하는 것을 금하라. 과거 관청에서는 물금이라는 단어를 '금지하는 일을 특별히 풀어주는 일'의 뜻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장님은 그 뜻이 좋다고 하셨다. 사장님은 평생을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을 해왔다고 한다. 그건 돈이 안돼, 그걸 왜 하는 거야? 그걸 해서 뭐하게? 그건 쓸모 없는 일이야. 사장님은 물금에서 세상이 금한 것들을 풀어내고 있다.
통도사 종아리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의 마지막 도착지는 통도사였다. 시원한 계곡 소리와는 반대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공기에 땀을 찔끔 흘리며 들어간 통도사에서는 마침 예불 소리가 들려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맨 뒤 구석 자리에 방석을 깔고 무릎을 꿇어 차분히 앉았다. 그리고 이내 엎드렸다. 고개를 들자 내 앞으로 비슷한 발가락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방석 위로 얼굴을 파묻고 답답한 숨이 몇 번 들락거리더니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축축함이 방석을 적셨다. 아마 내 앞의 방석들에도 비슷한 흔적이 남겨졌을 터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자리를 정리하고 밖을 나왔다. 얼얼한 느낌에 종아리 뒤를 보니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종아리의 자국은 통도사 주위를 내딛는 발걸음 한 번 한 번에 혈액순환과 함께 허벅지를 통과해 엉덩이와 골반, 두 번째 척추 쯤을 지나 날개 죽지, 그리고 팔과 손 끝, 한껏 뭉친 승모근 언저리와 목뒤를 지나 머리끝까지 퍼졌다.
통도사 종아리는 아직 붉다. 나는 그 자국을 주무르고 퉁퉁 치고 꼬집어 보고 쓸어내기도 하며 더 깊은 몸속으로 보내려 한다. 자국이 아니라 무늬가 될 때까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새겨질 때까지.
(글을 옮겨 적으며 맞춤법과 함께 사소한 부분을 몇 개 수정했다)
*진 비하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