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메모장

딱 일 년 전쯤

딱 일 년 전쯤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얼른 재난 상황 같은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 일상의 걱정만 하는 날이 다시 찾아오길 바란다고. 나는 그 글이 무서웠다. 그때의 상황이 무서웠고 다수가 겪는 위기에서 오는 다정과 힘이 무서웠다. 그 글에 공감하며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도 무서웠다. 나도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었음에 나 자신도 무서웠다. 광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마이크를 전달하는 순간마다 나는 손을 들어 마이크를 받아 들고 자리에 서서 어떤 누군가에겐 질타 받을 상상을 하곤 했다. 누군가가 감옥에 가고 어느 당이 해체되면 이 모든 상황이 끝나는 건가요. 그 누군가의 반대에 있는 당과 사람은 선한가요. 특정 정치색을 갖고 말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정말 일상이 위기인 사람들을 향한 죄책감이었고 나는 단지 운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 위기를 겪어본 적이 없어 그제서야 경험하고 있음에, 그래서 내가 권력자라는 사실이 무서웠을 뿐이다.

나는 다정이 무섭고 다정이 비롯된 힘이 무섭다. 어떤 다정은 무지와 함께 태어나고 무지는 너무나도 쉽게 회피가 된다. 그럼 나는,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사람인 걸까 아님 모르고 싶은 사람인걸까. 12월 3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말에 나는 승리의 깃발이 흔들리는 걸 본다. 지난 겨울 토요일마다 광장에 나가 함께 깃발과 팻말을 흔들었음에도 나는 그 승리의 깃발에 내가 없음을 안다. 그건 게임 같은 게 아니었다. 게임은 너무나 쉽게 승패가 결정되고 그 후의 이야기는 없다. 나는 그걸 바라고 광장에 나간 게 아니야. 돌아갈 수 있었던 일상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도 광장에 함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게 정말 게임이라면 광장도 막을 내린 거라면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광장은 다시 가장 어둡고 좁은, 광장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장소로 돌아갔을 것이다. 거긴 지하철이고 회사 앞이고 국회 앞이고 바다 앞이고 방 안이고 휴대폰 속이다. 우리가 감히 이걸 승리라 볼 염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