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차밭에서 하는 생각들.
2025.08.26
구태여 차를 좋아하기 시작한 이유를 꺼내며 오늘의 첫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첫 차를 마실 때와 마지막 차를 마실 때 기분이 달라질 수가 있어요. 제가 차를 좋아하게 된 건 차가 우려지는 그 현재의 순간에 머물며 더불어 나의 현재 상태도 돌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에요. 차는 우리를 풀어지게 하고 흘려보내주게 합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차를 마시며 많은 것들을 풀어주고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사람들의 눈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에 닿는 게 보였다.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찻잎에서 피어오르는 향과 함께 수증기가 코끝까지 올라오고 경직된 공기를 가르기 시작한다. 가르다 못해 그 공기를 아우르고 공간을 채운다. 그 힘을 빌려 나도 잠시 거대해진다. 가벼워진다. 찻물이 된다. 다실을 떠돌아다니는 향이 된다. 우려진다. 풀어진다. 흩어진다. 그리고 이내 차분히 가라앉는다.
2025.09.14
차나무 꽃이 피고 씨앗이 하나씩 떨어지는 계절이 온다. 계절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내 생각도 피어오르고 떨어지며 손님들에게 건네는 말들도 조금씩 달라진다. 홍차를 우리며 여름 노을을 언급하는 건 이제 없어졌다. 아쉽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건 자리를 정리하기 전에 꼭 유리 숙우의 향을 맡아보게끔 하는 거다. 수분은 모두 증발되어 차의 성분만이 눌어붙은 숙우에서는 사탕 같은 달큰한 향이 난다. 내 몸속에서도 그 향이 나고 있다 생각하면 내 몸을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숙우에 코를 대고 킁킁 향을 요리조리 맡아보는 것처럼 내 몸도 이곳저곳 살피고 기분을 바라보고 혹여 깨질까 조심히 다루게 된다.
지금쯤의 숙우에서는 아주 달큰한 향이 나는데요 수분이 모두 증발되고 남은 차의 성분들에서 나는 향입니다 아마 지금 여러분들의 안에서도 같은 향이 나고 있을 거예요 이 향을 머금고 오늘 하루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티클래스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