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메모장

차밭 생각7

차밭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차밭에서 하는 생각들.

2025.10.22

오늘 오전에 차를 우려드린 손님 중 한 분이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옷깃으로 눈물을 닦으셨다. 내가 우린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잘 우려내야겠구나 다시금 깨닫고 알 수 없는 책임감에 설렘과 부담을 모두 느낀다.

점심을 먹고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말을 걸었다. 단단한 껍질에 붙어있는 이끼가 꼭 네 털같다는 얘기, 아니지 같은 게 아니지 하고 사실은 털이 맞을지도 몰라 하며 시작한 원소 이야기, 저번 주에 독서모임을 하며 꺼냈던 질문 이야기, 삶과 사랑, 존재...매번 머릿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그 이야기들. 결국 나는 또 나랑 대화를 나누는 거구나, 너는 나구나, 나무는 나구나, 어쩌면 나도 나무겠구나, 하는 이상하고 별나고 황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