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헬스장에 다녀왔다. 곧 생리가 시작되는 건지 자꾸만 무기력해지고 졸려 오는 몹쓸 체력과 정신 상태를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의 운동이라 하는 법을 다 까먹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확신했었는데, 아니었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 원래 그래? 이 말에 의기소침해지는 건 원래 그런 나를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탓인지 아님 이런 내가 낯선 당신의 탓인지 알 수 없다.
탓. 탓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을까 싶어 탓의 정의를 찾아봤다. 그래 탓은 어울리지 않네. 몫은 어떨까. 아냐 내 감정의 시작이 누구에서부터 비롯되었든 이 모든 건 온전한 나의 몫이다. 그럼 뭐가 좋을까. 이것조차 답을 내릴 수 없는 걸 보니 모든 게 쉽게 흘러가진 않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더해진다.
마음을 내려놓고 흘러가듯 살고 싶다. 춥다. 이놈의 날씨를 도통 파악하기가 어렵다. 반팔을 입으면 춥고 니트를 입으면 덥고 또 지금은 니트여도 춥다. 감기에 걸릴 것만 같다. 잔기침이 며칠째 지속된다. 하지만 오늘은 운동을 했으니 버틸 수 있겠지. 그러니 이 모든 복잡한 것들도 모두 흘려보낼 수 있겠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 모든 게 나라는 걸 알지만 내 일부를 계속해서 부정한다. 이미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그나마 봐줄 수 있는 모습을 간절히 기다리는 날들의 반복. 이 기다림의 끝은 분명 또다시 나일 것이다. 모든 걸 부정하지 않은 나. 도착지를 알면서도 삥삥 돌아가는 내가 미련하기도, 밉기도 하지만 그래 이 또한 나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