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메모장

이 질문의 끝은 어딜까

안다는 건 정말 좋은 걸까. 안다는 건, 아는 게 많아진다는 건 고통이 늘어난다는 말 같아. 고통. 고통은 나쁜 걸까? 고통의 반대에는 무엇이 있을까. 평안과 안전함, 가벼운 호흡 같은 것이 고통의 반댓말일까. 난 도대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깨달음을 멈추지 않으려 하는 건지 나란 인간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무지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선 죽는 순간까지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앎은 고통이고, 기꺼이 그 고통에 빠지겠다는 의지는 얼마나 용감한가. 고통 곁에 존재하겠다는 용기 또한 고통의 앎에서 출발한다. 그래. 어쩌면 이 단어의 반대편 가장 끝엔 무지, 외면, 멸시와 같은 단어 뭉치들이 엉켜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엔 숨이 막힐 만큼 고통에 둘러 쌓여야만 비로소 가볍게 호흡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정말 되고 싶은 걸까.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193쪽을 읽고.

지난번 요양원에 다녀온 것이 제게는 너무나 괴로운 5개월이었습니다. 그 당시 일어나기 시작한 정신적 갈등이 쉬 사라지지 않아 오히려 고통이 더해지는 듯합니다. 순수라는 것, 진실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 가지가지의 개념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