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메모장

새끼 제비

몸집이 무척이나 작은, 아마 혹은 바라건대 나는 법을 갓 배웠을 새끼 제비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제비에 대한 글이 생각났다. 그땐 어떻게 그런 글을 썼담. 목 주변이 간지러운지 발로 목을 털털 털어내고선 다시 구경을 이어간다. 한 달 뒤면 가을이니 새끼 제비는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제비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해 여름도 함께 보였다. 제비가 땅 가까이서 빠르게 날면 곧 비가 오겠구나, 그 축축한 빗줄기도 보였다. 이 모든 게 익숙해지고 아침과 밤이 조금 숨통 트이는 날이면 마침내 떠날 채비를 할 제비들을 상상하곤 한다. 너랑 나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날일까? 목이 아플 만큼 고개를 젖히고 인사를 건넸다. 잘 가! 재채기마냥 입 밖으로 나온 인사가 그제서야 신경이 쓰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앞 편의점에서 사이다 하나를 사고 나오자 새끼 제비가 떠난 빈 전깃줄만 보였다. 역시 인사하기 잘했어. 잘 가야 해. 안녕!

엄청 쪼오오오끄만 제비 새끼 제비.jpg

목 주변을 시원하게 긁고 날개를 퍼덕이던 제비 새끼 제비(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