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내 몫으로 남겨 두었다는 샌드위치를 꺼냈다. 샌드위치를 조금 데우고 책 한 권을 펴고 앉으니 "너는 참 책을 좋아해."라고 엄마가 말했다. 왜인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어 잠시 정적을 가졌다. 읽고 싶어서 가지고 나온 책이 아니었다. 핸드폰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의무감에 손에 쥐었던 책이었다.
"살려고 읽는 거지 뭐"
나도 모르게 이런 대답이 나왔다. 살려고 책을 읽는다는 말을 내가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있었던가? 엄마는 왜 그렇게 말하냐며 그럼 지금 먹고 있는 샌드위치도 살려고 먹는 거냐 물었다.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응. 나 이거 살려고 먹는 거야."라고 답했다.
식탁 위로 올려진 샌드위치와 책을 가만히 바라봤다. 들어갈 공간이 없는데도 욱여넣었던 활자들, 들어갈 공간이 없어졌는데도 삼켜냈던 음식들을 기억했다. 도저히 읽히지 않아 수없이 덮었던 책장을 또 수없이 펼쳤던 건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먹는 행위가 단순히 입을 통해 음식을 집어넣는 것 이상으로 행복할 수 있길 바랐던 것 또한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커다란 하루였다. 메모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될 이곳에 풀어내기엔 아직은 숨기고픈, 나의 결핍과 문제 덩어리를 파헤치고 한 발짝을 내딛은 날이었다. 뭐가 그렇게 귀찮고 불안했는지 저번 주 월요일부터 일기도, 다이어리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글을 쓴다. 예상치 못했던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며칠을 꾹 참아냈던 눈물이 기어코, 하필이면 이곳의 첫 글에도 덕지덕지 묻는다. 이곳에서만큼은 이런 글을 안 쓰길 내심 바랐나 보다. 참 이상해.